AHP 0.5 이상이면 타당성이 있는 걸까?

 SOC 사업의 시행여부를 AHP를 이용하여 결정하는 보고서를 가끔 봅니다. 이 분야 보고서들은 대부분 "도로,철도부문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표준지침 수정,보완 연구(제5판)(한국개발연구원, 2008)"- 이제부터 이 보고서를 예타지침으로 적겠습니다-의 분석내용을 따라 하더군요. 보다보면 이렇게 할 거면 굳이 AHP를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2022년도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기획재정부, 2022.12)의 내용입니다. 

예비타당성 조사 운용지침(기획재정부 훈령 제622호, 2022.12.20)

제50조(종합평가) ① 사업 타당성에 대한 종합평가는 평가항목별 분석결과를 토대로 다기준분석의 일종인 계층화분석법(이하 "AHP : Analytic Hierarchy Process"라 한다)을 활용하여 계량화된 수치로 도출한다. ㈜ 일반적으로 AHP 점수가 0.5 이상인 경우 사업의 타당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AHP 수행시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기술성 등에 대한 평가 가중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업유형별로 다음 각 호의 범위 내에서 적용한다. 


1. 건설사업(비수도권 유형) : 경제성 30~45%, 정책성 25~40%, 지역균형발전 30~40% / 건설사업(수도권 유형) : 경제성 60~70%, 정책성 30~40% 


2. 정보화 사업

ㆍB/C 분석시 : 경제성 40~50%, 기술성 30~40%, 정책성 20~30%

ㆍE/C 분석시 : 경제성 30~40%, 기술성 40~50%, 정책성 20~30% 


3. 기타 재정사업

ㆍB/C 분석시 : 경제성 25~50%, 정책성 50~75%

ㆍE/C 분석시 : 경제성 20~40%, 정책성 60~80% 

AHP가 0.5 이상이면 사업시행이 바람직하다고 나옵니다. 이는 아마도 예타지침의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예타지침 4판에서는 0.5이상이면 타당성이 있다고 했고, 예타지침 5판에서는 0.45~0.55 사이 구간을 회색영역이라 부르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출처 : 예타지침 5판, 한국개발연구원, 2008, 473쪽)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세부지침 도로철도부문 연구에서는 수행과 평점 기준이 달라 추가합니다.

(출처 :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세부지침 도로철도부문 연구,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2021, 397쪽)

AHP 분석도 해 보고 관련 자료도 살펴 봤지만, AHP 0.5 이상이 타당성 있다는 말은 예타지침 관련 자료 아니면 찾아 볼 수 없습니다. AHP 분석 자체가 여러 기준을 적용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론이고, 종합점수는 상대적인 순위를 결정하는 기준값입니다. 경제성과 정책,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하여 여러 개의 사업에 대해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예산범위내에서 가능한 사업을 결정하는 것이 논리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비타당성조사는 하나의 사업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AHP 분석 방법을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아래 그림과 같은 AHP 기본구조가 나왔습니다. 평가대안이 "사업시행"과 "사업미시행"입니다. 사업을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합니다. 


(출처 :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세부지침 도로철도부문 연구,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2021, 387쪽)

 일반적인 AHP는 쌍대비교를 통해 항목별 가중치를 결정하고, 항목별 표준점수를 적용하여 종합점수를 계산합니다. 종합점수는 가중치와 표준점수의 합으로 계산이 되는 거죠. 그런데 예비타당성의 AHP는 한 가지 과정이 더 있습니다. 

아래 표는 예타지침 AHP분석의 모태가 되는 "예비타당성 조사 수행을 위한 다기준분석 방안 연구(한국개발연구원, 2000.12)"의 부록에 실린 설문지 예시입니다.

(출처 : 예비타당성 조사 수행을 위한 다기준 분석방안 연구, 한국개발연구원, 2000, 238쪽)

 위 설문지를 보면 경제성 분석을 고려할 때 사업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선택해야 합니다. 결국 사업의 타당성은 이 설문지가 좌우하게 됩니다. 왼쪽에 치우친 설문을 하면 사업시행으로 결론이 나게 됩니다. 

  사업의 시행여부를 판단하기위해서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합니다. 이 과정이 복잡하고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 AHP라는 의사결정방법을 이용하게 되는데, 위의 설문지는 사업시행여부를 직접 물어보고 있습니다. 다른 도로 노선이나 다른 개선 내용(신설, 확장)을 서로 비교해서 우선순위를 결정하거나 최적해를 찾아야하는데, 사업의 시행과 미시행을 비교하다보니 실질적인 대안이 하나가 됐습니다. 

 0.5라는 수치도 시행과 미시행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다보니 0.5를 기준으로 삼은 듯 합니다. 0.5의 의미는 설문참여자가 사업시행에 대해 평균 50% 정도 찬성했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면접에서 여러 후보자들 중 한 사람을 뽑을 때 AHP는 유용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만약 후보자가 한 명이고 뽑느냐 마느냐를 결정해야 할 때, 이 때도 AHP가 좋은 방법일까요?

 마지막으로 타당성 평가와 관련된 표를 하나 보겠습니다. "SOC사업 타당성 조사 제도의 허와 실(경기개발연구원 이슈&진단 107호,2013.8)"에서 미국, 일본, 영국, 독일의 평가방법을 비교했습니다. 타당성 평가시 위 4개국은 AHP보다는 평가표나 종합적인 판단을 이용하는군요. 

 

(출처 : SOC사업 타당성 조사 제도의 허와 실, 경기개발연구원 이슈 & 진단 107호, 201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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